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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쉬어가는 곳, 태조 이성계의 숨결이 머무는 전주 오목대산책

일상

by art_secret_25 2026. 6. 2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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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은 전주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어떤 풍경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이 고즈넉한 한옥 기와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전주한옥마을의 전경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지난 주말, 저는 그 아름다운 기와지붕들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주의 대표적인 역사 명소이자 쉼터인 전주 오목대에 다녀왔습니다. 복잡한 한옥마을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 나지막한 언덕길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곳인데, 생각보다 걸어 올라가는 길도 참 예쁘고 고즈넉해서 발걸음마다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발로 디디며 담아온 오목대의 생생한 매력과 숨겨진 역사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숲길을 따라 걷는 여유, 오목대로 향하는 발걸음

오목대는 경기전에서 남동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야트막한 언덕 배기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옥마을의 북적이는 메인 거리를 지나 나무 데크로 잘 정비된 계단과 숲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지요. 길가로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초록빛 그늘을 만들어 주어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기분 좋게 가려주더군요. 숨이 살짝 차오를 때쯤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아서 아이들이나 어르신들과 함께 오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산책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심 속 한가운데에 이렇게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 정원이 숨어있다는 것 자체가 참 매력적이지 않나요? 나뭇잎들이 바람에 사각거리는 소리를 음악 삼아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마침내 탁 트인 정상부와 함께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거대한 누각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역사와 기개가 서린 곳, 오목대의 장엄한 자태

드디어 마주한 오목대 누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당당하고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정면 5, 측면 4칸의 거대한 겹처마 팔작지붕 구조로 지어진 이 대형 누각조선 왕조의 기틀을 다진 태조 이성계와 아주 깊은 연관이 있는 유서 깊은 장소입니다.

이곳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때는 고려 우왕 6년인 1380, 삼도순찰사였던 이성계 장군이 남원 황산에서 잔인하게 날뛰던 왜구들을 크게 격퇴하는 대승(황산대첩)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개경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조상들이 살았던 본향인 전주에 들러 친척들과 종친들을 모두 모아놓고 대대적인 승전 축하 잔치를 베풀었는데, 그 역사적인 연회가 열린 자리가 바로 이곳 오목대 언덕이랍니다.

이 자리에서 술이 거나하게 취한 이성계는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불렀다는 '대풍가(大風歌)'라는 노래를 읊었다고 전해집니다. 천하를 풍미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의 당찬 기개를 노래한 것인데, 이는 사실상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조선)를 개국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넌지시 드러낸 셈이었지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단순한 정자가 아니라 역사적 거사가 싹텄던 대담한 공간으로 다가와 왠지 모를 웅장함이 마음속에 전해졌습니다.

 

세월의 무게가 담긴 현판, 석전 황욱 선생의 글씨

오목대 누각 아래에 서서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처마 밑에 커다랗고 묵직하게 걸려 있는 '梧木臺(오목대)' 석 자가 새겨진 검은색 현판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촬영해 온 사진 속 바로 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짙은 갈색 나무 테두리 안에 힘 있게 뻗어 나간 글씨체가 아주 독특하면서도 예술적이지요?

이 멋진 글씨는 호남이 낳은 현대 서예의 거장, 석전(石田) 황욱(黃旭) 선생께서 남기신 친필이라고 합니다. 석전 선생노년에 오른손 수전증이 오자 붓을 손바닥으로 쥐고 쓰는 '악필법(握筆法)'을 창안하여 평생 서예의 혼을 불태우신 강직한 예술가로 유명합니다. 그 서사를 알고 현판을 다시 바라보니, 붓끝 하나하나에 실린 묵직한 필력과 굳은 기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더군요. 화려한 단청의 초록, 붉은빛과 어우러진 검은 현판의 조화가 오목대의 격조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의 세월 맞은 붉은 기둥들과 조화를 이루며 정자의 오랜 뼈대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을 줍니다.

 

고종황제의 친필 비석과 황실의 뿌리

오목대 정자 바로 옆쪽을 보면 아담하게 지어진 비각 하나가 외로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커다란 비석이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대한제국의 아픈 역사와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답니다. 이 비석의 이름은 '태조고황제주필유지(太祖高皇帝駐蹕遺址)' 입니다. 뜻을 풀이하자면 '조선 태조 고황제가 잠시 머물렀던 터'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이 비석은 대한제국 선포 이후인 1900(고종 37)에 세워진 것인데, 놀랍게도 비석 앞면에 새겨진 글씨는 고종황제가 직접 붓을 들어 쓴 친필(어필)이랍니다. 당시 국운이 기울어가던 구한말, 고종황제는 추락한 황실의 권위를 다시 세우고 전통 왕조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주에 있는 황실의 뿌리 유적들을 성역화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습니다.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황제의 간절한 염원과 외로움이 이 거친 돌비석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 한참 동안 묵묵히 바라보게 만들었지요.

 

오목대에서 내려다보는 최고의 한옥마을 뷰

역사적인 공간들을 찬찬히 둘러본 뒤, 신발을 벗고 오목대 정자 위 넓은 마룻바닥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이곳은 여행객 누구나 자유롭게 올라가 쉴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사방이 시원하게 뚫려 있는 마루에 걸터앉으니, 사방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등줄기의 땀을 싹 씻어내 주더군요. 한옥마을의 번잡한 소음은 저 멀리 사라지고, 오직 나뭇잎 흔들리는 청아한 소리만 들려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오목대에서 한옥마을 방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 계단 중간에는 아주 유명한 포토존이 숨어있답니다. 바로 전주한옥마을의 까만 기와지붕들이 파도처럼 가지런히 늘어선 전경을 가장 아름다운 각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지요! 빼곡하게 들어선 700여 채의 한옥들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곡선의 미학을 보고 있으면, 마치 조선 시대로 순간 이동을 한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낮에 보는 정갈한 풍경도 훌륭하지만,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해질녘이나 은은한 조명이 켜지는 야경 시간에 맞춰 오면 정말 눈이 멀 정도의 장관을 만날 수 있으니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전주 여행을 마무리하며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으러 올라왔던 곳이었지만, 이성계의 거대한 야망과 고종황제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니 오목대라는 공간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전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한복을 입는 즐거움도 좋지만 이렇게 전주의 깊은 뿌리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오목대에 꼭 한번 발걸음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누각 마루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주 여행이 훨씬 더 풍성하고 뜻깊은 기억으로 남을 테니 말입니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55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

소요시간: 왕복 산책 및 관람 기준 약 30~40분 내외

입장료: 없음

추천 방문 시간: 정갈한 한옥 뷰를 담고 싶다면 낮 시간,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노을 지는 해질녘이나 야간 산책을 추천합니다!

연계 코스: 오목대를 구경한 뒤 구름다리를 건너면 아기자기한 벽화가 가득한 '자만벽화마을'과 태조의 5대조 목조 이안사의 터인 '이목대'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코스로 제격이랍니다.

오목대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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