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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고즈넉함 속에 아픈 역사를 품은 ‘동국사’ 방문기

일상

by art_secret_25 2026. 6. 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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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근대 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전북 군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군산은 워낙 볼거리가 많은 도시라 어디부터 가야 할지 참 고민이 많았는데요. 고민 끝에 제가 가장 먼저 선택한 목적지는 바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 동국사였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타벅타벅 걷다 보니, 드디어 사진 속에서 자주 보았던 동국사의 입구가 눈앞에 펼쳐지더군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회색빛의 깔끔하게 정돈된 관광안내소였습니다. 'Tourist Information'이라는 영문과 함께 한자, 일어로 친절하게 적힌 안내판이 이곳이 많은 국내외 여행객들이 찾는 군산의 대표 명소임을 실감하게 해주었지요. 안내소 바로 옆에는 주변 지도가 큼직하게 붙어 있어서, 동국사를 둘러본 뒤 다음 동선을 짜기에도 참 유용해 보였습니다.

관광안내소를 지나 완만하게 위로 뻗어 있는 붉은빛의 진입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잘 닦인 길 위로 높게 뻗은 기와지붕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이색적이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주더군요. 담장 너머로 펄럭이는 태극기와 함께 언뜻 보이는 독특한 지붕 양식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한국의 전통 사찰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군산 여행을 '시간여행'이라고 부르는지, 이 입구에 서서야 비로소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답니다.

 

우리나라 전통 사찰과는 다른 매력, 에도시대 양식의 대웅전

입구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물이 바로 국가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된 동국사 대웅전입니다. 대웅전을 마주하는 순간, '어라? 내가 지금 일본에 와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고 이국적인 인상을 받게 되지요.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은 1913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승려 우치다에 의해 '금강사'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전형적인 일본 에도시대의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찰을 떠올려 보면 처마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날렵하게 치솟아 있고,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단청이 입혀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하지만 이곳 동국사 대웅전은 단청이 전혀 없는 소박하고 단순한 원목의 색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지붕의 경사입니다. 무려 75도에 달하는 아찔하고 급격한 경사를 이루는 팔작지붕은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 기후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용마루 역시 곡선이 아닌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어 간결하면서도 단호한 인상을 풍기더군요.

또한, 한국 사찰은 대웅전과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가 독립된 건물로 떨어져 있는 반면, 동국사는 대웅전과 요사채가 긴 복도(회랑)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물 외벽마다 촘촘하게 박혀 있는 미서기 유리창문들 또한 일본식 건축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요소이지요. 비록 우리의 아픈 역사가 투영된 건축물이지만, 건물 자체의 원형이 너무나도 잘 보존되어 있어 근대 건축사적으로는 굉장히 가치 있는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픈 역사를 기억하다, 참사문비와 평화의 청동 소녀상

동국사가 단순히 '이색적인 일본풍 건물'을 구경하는 관광지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경내 곳곳에 우리의 아픈 역사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대웅전을 등지고 마당 한편으로 걸어가면 커다란 석조 비석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 불교 조동종 세력이 세운 '참사문비'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자신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며 조선인들에게 가했던 만행을 공식적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 음각으로 깊게 새겨져 있지요. 타국의 종단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참사문비 앞에는 단아하지만 슬픈 눈망울을 한 '군산 평화의 청동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소녀상이지요.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소녀들의 고통을 대변하듯, 차가운 청동 소녀상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조용히 참배를 올릴 수 있는 대웅전 내부에는 보물로 지정된 '소조석가여래삼존상'이 모셔져 있으니, 경건한 마음으로 함께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뒤뜰,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숲길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반전 매력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비밀 정원이 펼쳐집니다. 대웅전 뒤를 병풍처럼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이 대나무들은 과거 일본 승려들이 죽순 요리를 즐기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가져와 심은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숲길 쪽으로 다가가니 사락사락 바람에 부딪히는 대나무 잎사귀 소리가 귓가를 맑게 깨워주었습니다. 바닥에 깔린 자갈을 밟으며 걷는 소리와 대나무 소리가 어우러져 사찰 특유의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극대화해 주더군요.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나무 숲 앞쪽으로는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진 일본식 정원과 함께 오래된 범종각, 그리고 33가지 모습으로 변한다는 석조 33관음상들이 줄을 지어 서 있어 산책하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아픈 역사의 현장 뒤편에 이토록 평화롭고 고요한 대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위로로 다가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군산 여행을 마무리하며 떠오른 생각들

군산 동국사는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 느긋하게 걸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사찰입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역사의 무게와 감정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았지요. 건물의 외관은 영락없는 일본의 모습이지만, 해방 이후 '해동 대한민국(海東 大韓民國)'의 절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 붙여진 '동국사'라는 현판을 보고 있으면, 결국 이곳 역시 우리가 지켜내고 기억해야 할 소중한 우리의 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지라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방문하여 우리의 근대사를 되돌아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서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군산에 방문하시게 된다면 근대역사박물관이나 신흥동 일본식 가옥, 초원사진관 등과 묶어서 꼭 첫 번째 코스로 들러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조용히 사찰 마당을 거닐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시간여행을 경험해 보시는 건 어떨지요?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동국사길 16

입장료: 무료

운영시간 (관람시간):

  하절기: 08:00 ~ 19:00

 동절기: 08:00 ~ 18:00

,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 및 문화관광해설사 운영 시간10:00 ~ 17:00까지

동국사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동국사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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