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 전 마음 한구석에 여유를 채우고 싶어 훌쩍 군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군산은 골목마다 근대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드는 참 매력적인 도시이지요. 이번 여정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인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 다녀온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보려고 합니다. 직접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그날의 고즈넉하면서도 쓸쓸했던 공기가 다시금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문을 열다: Hello, Modern 군산

가옥 앞에 도착하자마자 저를 반겨준 것은 붉은색 담벼락과 그 앞에 듬직하게 서 있는 검은색 안내 간판이었습니다. 안내판 상단에는 'Hello, Modern 군산시간여행 1930's'라는 문구와 함께 정갈하게 그려진 가옥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더군요. 그 아래로 또박또박 적힌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라는 글씨를 보니 비로소 역사 속 한 페이지에 발을 들였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군산에서 큰 포목상과 농장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했던 일본인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전형적인 일본식 주택입니다.그래서 흔히 '히로쓰 가옥'이라는 이름으로도 자주 불리지요. 담장 안쪽으로 살짝 고개를 내민 독특한 형태의 지붕과 목조 구조물들을 보니, 우리나라의 전통 한옥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풍겨왔습니다.
붉은 담장 뒤... 숨겨진 아픈 역사, 적산 가옥

안내판 뒤편으로 길게 이어지는 붉은 벽돌과 석축은 이 집이 지어질 당시 가졌던 권세와 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화려함 이면에는 우리 선조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뼈아픈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우리는 흔히 이런 건물을 '적산가옥(敵産家屋)', 즉 적의 재산이었던 집이라고 부릅니다. 해방 이후 우리의 땅에 남겨진 일본인들의 주택을 보며, 단순히 '이국적이고 예쁘다'는 감상에만 젖기보다는 그 시대가 지닌 아픔을 한 번쯤 되새겨보는 것이 군산 여행의 진짜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이 되어 걷는 정원

대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일본식으로 잘 가꾸어진 아담한 정원이 펼쳐집니다. 큼직한 석등과 이끼 낀 조경석, 그리고 사계절 내내 푸름을 자랑하는 정원수들이 배치되어 있어 마치 일본의 어느 오래된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영화 <장군의 아들>이나 <타짜> 같은 유명한 한국 영화들의 촬영지로도 굉장히 잘 알려진 곳이더군요. 영화 속에서 평경장의 집으로 나왔던 공간이 바로 여기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공간이 훨씬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지금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건물 내부 공간을 상시 개방하진 않지만, 복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 유리창과 2층 다다미방의 외관을 밖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시 상류층 일본인들의 생활양식을 엿보기엔 충분했습니다.
군산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소소한 팁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군산의 근대역사문화거리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훌륭합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배경으로 유명한 초원사진관이나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까지 모두 걸어서 5분에서 1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지요. 주변에 아기자기한 소품샵이나 조용한 북카페도 많으니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기며 도보 여행을 즐기시길 추천합니다.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구영1길 17
관람 시간: 10:00 ~ 17:00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이니 일정을 짤 때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입장료: 무료로 편안하게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화려한 현대식 도심을 벗어나 군산의 나지막한 골목길을 걸으며 마주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저에게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여 후세에게 교훈을 주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지요.
이번 주말에는 복잡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 좋은 군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지요? 고즈넉한 적산가옥의 붉은 담벼락이 여러분에게도 특별한 이야기를 건네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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